코로나 시절 사무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던 기억

어느 날부터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사람을 맞을 준비보다 손잡이를 닦는 일이 먼저가 됐습니다. 예전에는 불을 켜고 창문을 활짝 열거나, 의자를 제자리에 놓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시절에는 소독제 뚜껑을 여는 소리가 아침을 알리는 소리처럼 느껴졌습니다.

손잡이와 책상 모서리, 의자 등받이까지 닦고 나면 알코올 냄새가 방 안에 오래 남았습니다. 창문을 조금 열어두면 김포 거리의 찬 공기가 들어왔습니다. 밖은 예전보다 눈에 띄게 조용했습니다. 학생들이 몰려다니던 인도도 한산했고, 상가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도 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때는 그저 잠시 지나가는 변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무실 안의 분위기뿐 아니라 찾아오는 사람들의 표정과 말투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문 앞에서 한 번 멈추던 사람들

예전에는 예약한 분들이 문을 열고 자연스럽게 들어왔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날씨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코로나 시절에는 문이 열리기 전 짧은 망설임이 먼저 느껴졌습니다.

마스크를 쓴 분이 문을 조금만 연 채 “들어가도 되나요?”라고 물었습니다. 저도 문에서 한발 물러서며 들어오시라고 손짓했습니다. 서로를 반기는 마음은 있었지만 가까이 다가가는 일은 조심스러웠습니다.

성장기 학생들과 함께 오던 부모님들도 전과 달랐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보다 휴대전화를 바라보거나 창밖을 조용히 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도 옆에 있는 친구와 장난을 치지 않았고, 흘러내린 마스크를 올리며 자기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같은 의자와 같은 책상이 놓여 있었지만, 공간의 느낌은 전혀 달랐습니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줄어드니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와 벽시계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습니다.

몸 이야기보다 답답함을 먼저 말하던 때

예약이 거의 잡히지 않은 날도 있었습니다. 오전에 문을 열고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창밖으로 사람이 한 명 지나가면 저도 모르게 그쪽을 오래 바라봤습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을 평범한 장면이 그때는 괜히 반가웠습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분들도 몸이 불편하다는 말부터 꺼내지 않았습니다.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니 답답하다고 했고, 움직이지 않으니 하루가 더 길게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분은 식탁에 오래 앉아 지내다 보니 하루 종일 몸이 굳어 있는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이 끝나면 다시 휴대전화를 보거나 책상에 앉아 숙제를 했습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지만 편하게 쉬는 시간은 오히려 줄어든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생활습관과 몸의 흐름은 장소만 바뀐다고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쉬는 것도 아니고, 집에 오래 있다고 해서 몸이 편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앞서 정리했던 “학생들이 의외로 가장 힘들어하던 생활 패턴 이야기”에서도 비슷하게 느꼈던 부분입니다.

반복해서 앉아 있는 시간, 일정하지 않은 잠자리, 끼니를 대충 넘기는 습관이 겹치면 얼굴부터 지쳐 보였습니다. 전에는 자세만 먼저 봤는데, 코로나 시절에는 그 사람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가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시 찾아온 사람들의 눈웃음

시간이 조금 흐르자 사무실 문을 다시 두드리는 분들이 생겼습니다. 하루에 한두 명뿐인 날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보는 얼굴은 무척 반가웠습니다.

마스크 때문에 얼굴 전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눈이 살짝 휘어지는 모습을 보면 웃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예전처럼 악수를 하거나 가까이 앉아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짧은 인사만으로도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어떤 부모님은 아이와 집에만 있으니 서로 예민해졌다고 했습니다. 학생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는 무리해서 말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물을 한 잔 마시게 하고 천천히 팔과 다리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잠시 몸을 움직인 뒤 아이의 표정이 조금 풀리는 모습을 보면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몸을 관리하는 시간이라기보다 답답했던 하루에서 잠깐 빠져나오는 시간처럼 보일 때가 있었습니다.

“집 밖에 나와 사람 얼굴을 보니까 그나마 살 것 같네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저도 하루하루 사무실을 지키는 일만으로 마음이 벅찼기 때문입니다.

조용한 공간에서 알게 된 것

현장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사람들의 몸 상태를 자세나 움직임만으로 판단하려는 때가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어깨가 굳어 있거나 등이 말린 모습을 먼저 봤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시절을 지나면서 몸에는 그 사람이 보낸 하루가 함께 남는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습니다. 사람을 만나지 못한 답답함, 오래 앉아 있던 시간, 불규칙해진 식사와 잠자리, 밖으로 나가지 못한 마음까지 서로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생활 리듬이 무너지면 몸도 쉽게 무거워 보였습니다. 반대로 짧게라도 산책하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식탁 앞에서 제대로 밥을 먹기 시작한 분들은 말투와 얼굴빛이 조금씩 편안해졌습니다. 큰 변화라기보다 하루를 다시 제자리로 가져오는 모습에 가까웠습니다.

사무실은 한동안 빈 의자가 더 많은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 떠오르는 것은 비어 있던 의자나 소독제 냄새가 아닙니다.

문 앞에서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던 사람, 마스크 위로 눈웃음을 보이던 부모님, 말없이 의자에 앉아 있던 학생들의 모습이 먼저 생각납니다.

서로 불안했던 시절이지만 아무도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조심했습니다. 말을 짧게 하고, 조금 떨어져 앉고, 문을 나설 때도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습니다.

거리는 다시 사람들로 붐비고 사무실 풍경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래도 가끔 손잡이를 닦다가 알코올 냄새가 나면 그 조용했던 공간이 떠오릅니다. 그때 사람들이 가장 원했던 것은 대단한 방법이 아니라, 평소처럼 누군가를 만나고 하루의 리듬을 되찾는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함께 보면 흐름이 더 잘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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