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앉아 있는 생활이 몸에 남기는 흔적

오후 수업이 끝난 교실에는 의자 밀어 넣는 소리만 남아 있었습니다. 창가로 들어오던 햇살도 어느새 길게 누워 있었고, 학생들은 가방을 메고 하나둘 문밖으로 나갔습니다. 저도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는데 다리가 바로 따라오지 않는 날이 있었습니다.

몇 걸음 걷는 동안 무릎과 허리가 굳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하루가 끝났다는 생각보다, 몸이 이제야 움직이느냐고 묻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일을 많이 했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넘겼습니다.

앉아 있는 것도 일이었던 시절

학원을 운영하던 시절에는 앉아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습니다. 학생 상담을 하고, 교재를 만들고, 수업 자료를 정리하다 보면 몇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예전 CRT 모니터가 켜진 사무실에서는 본체 돌아가는 소리가 계속 들렸고, 책상 위에는 상담 기록과 메모지가 쌓여 갔습니다.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가방을 들고 빠르게 나갔지만 저는 바로 일어나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허리를 한 번 펴고, 손으로 책상을 짚은 뒤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민망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몸이 예전처럼 가볍게 따라오지 않는다는 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용한 복도에서 몸이 먼저 말했습니다

부모님 상담이 끝난 뒤 혼자 교실에 남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창밖에는 학원 간판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복도에서는 청소하시는 분이 빗자루를 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조용한 시간에 어깨를 돌리고 허리를 펴 보면 생각보다 몸이 많이 굳어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앉아 있던 흔적이 그제야 드러나는 것 같았습니다. 수업 중에는 바빠서 모르다가, 사람이 빠지고 조용해지면 몸의 불편함이 더 또렷하게 느껴졌습니다.

당시에는 자세보다 일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으면 조금 더 앉아 있었고, 피곤해도 참고 자료를 마무리했습니다.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는 늘 다음으로 미뤘습니다.

쉬는 날에도 몸은 바로 풀리지 않았습니다

이상했던 건 쉬는 날이었습니다. 일을 하지 않고 마음은 편한데 몸은 금방 가벼워지지 않았습니다.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다가 다시 일어날 때 무릎을 한 번 짚기도 했고, 오래 운전한 뒤 차에서 내리면 처음 몇 걸음은 천천히 걸어야 했습니다.

그때부터 조금씩 알게 됐습니다.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생활이 몸에 남기는 흔적은 하루 쉬었다고 바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몸은 내가 얼마나 오래 같은 자세로 있었는지 조용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앞서 정리했던 “학생들이 의외로 가장 힘들어하던 생활 패턴 이야기”에서도 비슷하게 느꼈던 부분입니다.

대치동에서 늦게까지 공부하던 학생들도 비슷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책상에 엎드려 있거나, 엘리베이터 앞에서 벽에 기대어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공부가 힘든 것도 있었겠지만, 하루 대부분을 의자에서 보냈다는 사실도 몸에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김포에서 만난 사람들도 닮아 있었습니다

김포 신도시에서 작은 공간을 운영할 때 찾아온 분들 중에는 컴퓨터 앞에서 오래 일하는 직장인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어깨나 허리 이야기를 꺼냈지만, 조금 더 듣다 보면 생활 모습이 비슷했습니다.

아침부터 사무실 의자에 앉아 일하고, 점심도 앉아서 먹고, 퇴근 후에는 소파에 앉아 쉬는 하루였습니다. 특별히 무리한 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몸이 무겁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움직임이 부족한 하루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던 겁니다.

성장기 학생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앉아 있다가 학원에 와서 다시 앉고, 집에 돌아가 숙제를 하며 또 앉았습니다. 몸은 자라고 있는데 생활은 계속 한 자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움직인 날보다 멈춰 있던 날이 더 남았습니다

마라톤을 시작한 뒤에는 이런 생각이 더 분명해졌습니다. 많이 움직인 날에는 몸이 피곤해도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앉아 있던 날은 피곤함이 다르게 남았습니다. 몸 전체가 무겁고, 처음 움직일 때 더 답답했습니다.

마라톤 봉사 현장에서 오래 달린 사람들을 봤을 때도 몸은 움직임에 맞춰 조금씩 풀리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사무실이나 교실에서 오래 앉아 있던 사람들은 일어나는 순간부터 몸을 다시 깨워야 했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나니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생활이 몸에 남기는 흔적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의자에서 일어날 때 한 번 멈추는 모습, 차에서 내린 뒤 첫걸음을 천천히 떼는 모습, 무심코 허리를 펴며 숨을 내쉬는 작은 행동들이었습니다.

요즘도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나면 예전 교실의 오후 햇살이 떠오릅니다. 빈 책상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몸을 펴던 그 시간이 생각납니다. 그때 몸은 불평을 한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조금 움직여 달라고 조용히 말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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