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에서 학생들 관리하며 가장 자주 봤던 자세 습관
저에게 비가 오던 김포 저녁은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신도시 건물이 하나둘 올라가던 때라 창문을 조금만 열어도 젖은 흙냄새가 들어왔습니다. 풍무동 학원 앞 도로에는 차 불빛이 번지고, 아이들은 우산을 대충 털고 뛰어 들어왔습니다.
복도에는 젖은 운동화 자국이 남아 있었고, 어디선가 컵라면 냄새도 섞여 있었습니다. 그 시절 김포에서 학생들 관리하며 가장 자주 봤던 자세 습관은 책상 앞으로 몸이 자꾸 접히는 모습이었습니다.
책상 쪽으로 몸이 먼저 가던 아이들
수업이 시작되면 처음에는 다들 똑바로 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면 한 명씩 자세가 무너졌습니다. 얼굴은 문제집 가까이 내려가고, 어깨는 한쪽만 올라가고, 의자 끝에 걸터앉은 채 턱을 괴는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특히 키가 한창 크던 학생들이 그랬습니다. 몸은 길어지고 있는데 책상과 의자는 그대로이다 보니, 어디에 맞춰 앉아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저도 그냥 공부하느라 그런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더 접히던 자세
밤 10시가 넘어가면 아이들 자세는 더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연필을 꼭 쥐고 있던 손도 느슨해지고, 고개는 점점 앞으로 나왔습니다. 예전 CRT 모니터 앞에 앉아 있던 학생들은 화면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고 눈을 찡그리기도 했습니다.
한 학생은 수업이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허리를 펴더니 작게 “아이고” 하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어린 학생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데 괜히 마음이 걸렸습니다. 그때는 성적 이슈가 더 앞서던 시절이라 몸 이야기는 자연히 뒤로 밀리기 쉬웠습니다.
부모님들도 대부분 “공부는 잘 따라가나요?”를 먼저 물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그 질문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 표정이나 어깨 모양, 앉아 있는 모습이 성적표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집중하면 더 구부러진다는 말
어느 늦은 밤이었습니다. 교실 불을 절반쯤 꺼두고 정리하려는데 한 학생이 혼자 남아 문제를 풀고 있었습니다. 등을 둥글게 말고, 얼굴을 책상에 거의 붙인 채로 앉아 있었습니다.
제가 무심코 “허리 좀 펴고 해라” 하고 말했더니 그 학생이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선생님, 집중하면 자꾸 이렇게 돼요.” 별말 아닌데 그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열심히 하는 아이일수록 몸을 더 접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가야 한다는 마음이 자세에도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김포 신도시도 그랬습니다. 다들 빨리 자리 잡아야 했고, 빨리 따라가야 했고, 아이들도 그 흐름 안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앞서 정리했던 “김포에서 학생들 관리하며 가장 자주 봤던 자세 습관”에서도 비슷하게 느꼈던 부분입니다.
그때는 몰랐던 몸의 흐름
나중에 카이로프랙틱 관리나 생활습관 관리를 접하면서 그때 봤던 장면들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자세라는 게 단순히 “똑바로 앉아라” 한마디로 끝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피곤한지, 책상이 맞는지, 마음이 급한지, 쉬는 시간이 부족한지까지 같이 묻어 있었습니다.
대치동에서 봤던 학생들도 비슷했습니다. 장소는 달라도 오래 앉아 있는 아이들의 몸은 닮아 있었습니다. 어깨가 앞으로 말리고, 고개가 빠지고, 한쪽 팔꿈치에 기대는 모습은 어디서나 자주 보였습니다.
요즘은 의자도 좋아지고 모니터 화면도 해상도가 좋아졌습니다. 그래도 길에서 학생들을 보면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걷는 모습이 많습니다. 예전보다 환경은 좋아졌는데, 몸이 앞으로 쏠리는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 가끔 씁쓸할 때가 있습니다.
비 오는 저녁마다 떠오르는 장면
김포에서 학생들을 보던 그 시절을 떠올리면 거창한 장면보다 작은 모습들이 먼저 생각납니다. 젖은 복도, 꺼져가던 형광등, 문제집 위에 고개를 숙인 아이들, 수업 끝나고 허리를 펴던 소리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때는 공부 자세라고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생활의 무게가 몸에 먼저 나타난 장면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아이들은 말로 힘들다고 하지 않아도 몸으로 먼저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요즘도 비 오는 저녁이면 가끔 그 학원 복도 냄새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책상 앞에서 몸을 잔뜩 접고 있던 아이들 모습이 천천히 따라옵니다. 그때 조금 더 자주 쉬게 해줬으면 어땠을까, 가방 메는 모습이라도 한 번 더 봐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조용히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