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붙이던 시절 직접 느꼈던 현실적인 운영 이야기

차 문을 열면 뒷좌석에서 끈과 가위가 먼저 눈에 들어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접어 둔 현수막도 몇 장씩 늘 실려 있었습니다. 사무실 안에서 손님만 기다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시간이 비는 날이면 그것들을 챙겨 밖으로 나갔습니다.

어디에 걸어야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더 볼까 싶어 차를 천천히 몰고 동네를 돌았습니다. 막상 자리를 정하고 현수막을 펼치면 또 일이 시작됐습니다. 바람이 잔잔한 날은 그나마 나았지만, 조금만 세게 불면 한쪽을 잡아두는 사이 반대쪽이 뒤집혔습니다. 혼자 줄을 당기고 매듭을 묶다 보면 손가락이 얼얼해질 때도 있었습니다.

멀리 떨어져서 글씨가 반듯하게 보이는지 확인하고 나서야 차에 다시 올랐습니다. 그때는 그런 작은 일 하나에도 괜히 마음을 많이 썼습니다.

김포 신도시는 기대와 현실이 달랐습니다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사무실을 운영하기 시작했을 때는 주변 풍경 자체가 아직 덜 만들어진 느낌이었습니다. 새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었고, 건물 사이에는 빈 땅도 꽤 보였습니다. 공사 차량이 지나가고 나면 길가에 먼지가 일었고, 상가 건물에는 빈 점포도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새로 이사 오는 사람들이 많으니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려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이 늘어나면 사무실도 차츰 자리를 잡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운영을 해보니 같은 건물 안에서도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여러 번 마주친 분이 나중에야 “여기 이런 곳이 있었어요?”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 조금 허탈하면서도 다시 정신이 들었습니다. 내가 열심히 준비해 놓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저절로 알아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현수막 하나에도 기대를 걸었던 오후

며칠 전에 붙여 둔 현수막이 잘 있는지 괜히 확인하러 가는 날도 있었습니다. 일부러 그 길로 돌아가며 슬쩍 바라봤습니다.

한쪽 끈이 풀려 현수막이 축 처져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차를 세우고 다시 당겨 묶었습니다. 비가 많이 온 다음 날에는 글씨가 가려지지 않았는지도 봤습니다.

그렇게 다시 손을 보고 사무실로 돌아오면 마음 한구석에 작은 기대가 생겼습니다.

전화벨이 울리면 괜히 한 박자 빨리 받기도 했습니다.

“혹시 현수막을 보고 전화했나?”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막상 받아보면 거래처 전화이거나 다른 연락인 날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정말 “지나가다가 현수막을 봤어요.”라고 말하며 찾아오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며칠 전 바람 속에서 끈을 붙잡고 씨름했던 일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던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매번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이 왔다고 다음 사람이 바로 오는 것도 아니었고, 한 번 방문했다고 계속 이어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이라고 내 사무실도 바쁜 건 아니었습니다

대치동에서 작은 공간을 운영했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거리에는 늘 사람들이 많았고, 학원가라 학생과 학부모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사람 많은 동네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기회도 많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거리의 사람 수와 내 사무실을 찾는 사람 수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낮에는 직장인들이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고, 학생들은 정해진 시간에 학원으로 움직였습니다. 저녁이 되면 낮에 붐비던 분위기가 갑자기 가라앉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좋은 내용을 준비하고 성실하게 일하면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는 생각이 조금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운영해보니 준비하는 일과 알리는 일은 따로였습니다.

알린다고 모두 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 차이를 이해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운영은 몸을 관리하는 일만이 아니었습니다

사무실을 찾아온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성장기 학생들을 보면서 생활습관이나 몸의 흐름을 살피는 것이 제가 하던 일의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작은 공간을 직접 운영한다는 것은 그런 일만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청소도 해야 했고, 전화도 받아야 했고, 월세 날짜도 챙겨야 했습니다. 전단지를 들고 밖으로 나가는 날도 있었고 현수막을 직접 붙이는 날도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나 손님들과 간단히 밥을 먹다가 운영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누구는 회사 생활이 힘들다고 했고, 누구는 아이 교육비 걱정을 했습니다. 저는 사무실 유지비 이야기를 속으로 떠올렸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앞서 정리했던 “김포에서 고객들과 같이 밥 먹으며 들었던 생활 고민들”에서도 비슷하게 느꼈던 부분입니다.

사람마다 걱정하는 내용은 달랐지만 각자 자기 생활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은 비슷했습니다.

손님이 없는 오후에는 그 현실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평소에는 들리지 않던 시계 소리가 유난히 또렷했습니다. 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리면 혹시 들어오는 사람인가 싶어 한번 쳐다봤다가 그냥 지나가는 발소리라는 걸 알고 다시 자리에 앉기도 했습니다.

차에 남아 있던 끈과 가위를 떠올립니다

지금은 그 시절 현수막에 어떤 문구를 썼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것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차 뒷좌석 모습은 선명합니다. 사용하고 남은 끈이 바닥에 엉켜 있었고, 가위와 테이프가 구석에 굴러다녔습니다. 현수막은 다시 쓸 수 있게 대충 접어 넣어두곤 했습니다.

바람이 센 날에는 현수막 한 장 다는 데도 꽤 오래 걸렸습니다. 한쪽을 묶고 돌아서면 반대쪽이 뒤집혀 있고, 겨우 다 묶어놓았는데 글씨가 기울어 다시 손을 대기도 했습니다.

그 일을 하면서도 머릿속에는 늘 비슷한 생각이 있었습니다.

오늘 이걸 누가 한 번이라도 봐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작은 사무실을 운영한다는 것은 멋진 계획을 세우는 일보다 그런 날들이 더 많았습니다. 월세 날짜를 기억하고, 비어 있는 시간을 버티고, 손님 한 사람을 반갑게 맞고, 아무도 오지 않는 날에는 다시 밖으로 나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습니다.

가끔 그 시절 동네를 지나면 길가의 현수막이 눈에 들어옵니다. 예전처럼 자세히 읽지는 않아도 그걸 묶은 사람의 손은 한번 떠올려봅니다.

차를 세워놓고 끈을 잡아당기던 제 모습도 함께 생각납니다. 일을 마친 뒤 몇 걸음 물러서서 현수막이 반듯하게 걸렸는지 한번 확인하고 다시 운전석에 앉았습니다. 그 짧은 순간만큼은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나을 것 같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함께 보면 흐름이 더 잘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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