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에서 늦게까지 남아 있던 학생들에게 공통으로 보였던 모습

청소 아주머니 빗자루 소리가 들릴 때쯤이면 대치동 학원 건물 안쪽도 조금씩 조용해졌습니다. 낮에는 사람들 발소리와 엘리베이터 소리로 정신없던 복도도 밤 11시가 넘으면 이상하게 공기가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교실 불은 쉽게 꺼지지 않았습니다.

문을 열면 형광등 불빛이 환했고, 히터 바람 때문에 안쪽 공기는 바깥보다 훨씬 답답했습니다. 책상 위에는 문제집이 펼쳐져 있고, 식다 만 캔커피나 편의점 삼각김밥 껍질이 놓여 있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 시절 대치동에서 늦게까지 남아 있던 학생들에게 공통으로 보였던 모습은 단순히 공부를 많이 한다는 말로는 다 담기 어려웠습니다.

끝까지 자리를 뜨지 못하던 아이들

늦게 남아 있는 학생들을 보면 다들 피곤한 얼굴이었습니다. 눈은 충혈돼 있고 어깨는 축 내려가 있었는데, 손은 계속 움직였습니다. 어떤 아이는 졸다가도 설명이 시작되면 갑자기 고개를 들었습니다. 또 어떤 아이는 빈 교실 맨 끝자리에서 오답 노트를 한 줄씩 다시 필기하고 있었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 건, 끝까지 버티던 학생들의 뒷모습이었습니다. 책가방은 의자 옆에 쓰러져 있고, 발은 책상 밑에서 한쪽으로 꼬여 있었습니다. 몸은 이미 지쳐 있는데 마음만 아직 자리를 못 뜨는 것 같았습니다.

조용한 불안이 남아 있던 밤

한번은 교실 불을 끄려고 들어갔는데, 창가 쪽에 학생 하나가 혼자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문제집은 펼쳐져 있었지만 손은 멈춰 있었고, 아이는 바깥 창밖 불빛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복도에서는 청소하는 소리만이 작게 들렸습니다.

제가 “이제 안 가냐?” 하고 물었더니 그 학생이 멋쩍게 웃으면서 조금만 더 보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별다른 말은 아니었는데 그 표정이 오래 남았습니다. 어린 나이인데도 이미 무언가를 놓치면 안 된다는 얼굴이었습니다.

그때는 저도 성실한 학생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안에는 조용한 불안이 같이 있었습니다. 누가 억지로 붙잡아 둔 것도 아닌데, 스스로 자리에 남아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아이들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몸은 먼저 지쳐 보였습니다

카이로프랙틱 관리나 생활습관 관리를 접하고 나서 예전 대치동 학생들 모습이 다시 떠오른 적이 많습니다. 그때는 성적과 진도만 먼저 봤는데, 나중에는 자세와 얼굴빛이 먼저 생각났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앉아 있던 학생들은 대부분 고개가 앞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어깨는 안쪽으로 말리고, 허리는 의자 등받이에서 떨어져 있었습니다. 집중하려고 몸을 책상 쪽으로 당기다 보니, 어느 순간 몸 전체가 앞으로 접혀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앞서 정리했던 “생활습관이 몸에 쌓인다는 걸 느끼게 된 순간”에서도 비슷하게 느꼈던 부분입니다.

김포에서 학생들을 볼 때도 비슷했습니다. 장소만 달랐지 오래 앉아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김포 신도시 학원가에서는 비 오는 날 젖은 운동화 냄새가 섞인 복도에서, 대치동에서는 밤늦은 편의점 불빛 아래에서 아이들이 같은 방식으로 몸을 접고 있었습니다.

성실함 뒤에 가려진 표정

대치동 골목은 밤이 늦어도 완전히 쉬지 않았습니다. 학원 건물마다 불이 켜져 있었고, 편의점 앞에는 컵라면을 먹는 학생들이 서 있었습니다. 겨울이면 두꺼운 패딩 주머니에 손을 넣고 문제집을 옆구리에 낀 채 뛰어가는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부모님 차 안에서 고개를 기대고 잠든 학생도 있었고, 엘리베이터 거울 앞에서 자기 얼굴을 한번 보고 작게 한숨 쉬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다들 익숙한 일상처럼 움직였지만, 얼굴에는 피곤함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도수치료나 자세 관리 이야기가 지금처럼 흔하게 들리던 때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오래 앉아 공부하는 것이 당연했고, 몸이 힘든 건 참고 넘어가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불 꺼진 교실 뒤에 남은 기억

세월이 지나고 나니, 그때 늦게까지 남아 있던 학생들이 유난히 어른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는 어린데 얼굴은 벌써 무언가를 견뎌내는 사람 같았습니다.

마라톤 봉사 현장에서 오래 달린 사람들을 볼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끝까지 달려가려는 마음은 대단하지만, 몸은 이미 많은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대치동 학생들도 그랬습니다. 마음은 앞에 있는데 몸은 뒤에서 조용히 버티고 있었습니다.

가끔 늦은 밤 학원가를 지나가다 불 켜진 교실을 보면, 그 시절 책장 넘기는 소리가 떠오릅니다. 식은 캔커피 냄새, 형광등 아래 하얗게 보이던 얼굴, 창밖을 잠깐 바라보던 아이의 옆모습도 같이 생각납니다. 그런 장면들이 아직 마음 한쪽에 남아 있어서, 학생들을 볼 때마다 공부보다 먼저 자세와 숨 쉬는 형태를 보게 됩니다.

함께 보면 흐름이 더 잘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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