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사람들이 가장 먼저 바꾼 선택을 보며 느낀 점

예약 수첩을 펼쳐보면 빈칸이 먼저 눈에 들어오던 때가 있었습니다.

김포 한강신도시의 작은 사무실에 앉아 밖을 바라보면, 전에는 사람들이 오가던 시간인데도 거리가 조용했습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반가운 마음보다 먼저 마스크를 제대로 썼는지 확인하게 됐습니다.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일을 하고 있었지만, 서로 가까이 있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운 시절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먼저 미룰 수 있는 일을 골랐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몸이 조금 불편하거나 피로가 쌓였을 때 미리 찾아오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아주 큰 불편이 아니더라도 시간을 내어 들르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생활이 갑자기 불안해지자 선택이 달라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당장 견딜 수 있는 일은 뒤로 미뤘습니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에만 돈과 시간을 쓰려는 모습이 더 강해졌습니다. 사무실을 찾는 사람도 줄었고, 전보다 많이 불편해진 뒤에야 오는 경우도 눈에 띄었습니다.

처음에는 감염이 걱정돼서 방문을 줄이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이유가 그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입이 줄거나 앞으로 생활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지출의 순서를 다시 정했습니다.

그 안에는 평소 꾸준히 하던 몸 관리도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긴 숨을 내쉬던 한 사람의 표정이 남았습니다

한 손님이 의자에 앉아 한동안 긴 숨을 내쉬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정확히 어떤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몸이 불편해 보이는 것보다 생활에 많이 지친 얼굴이 먼저 보였습니다.

저는 물 한 컵을 건네고 잠시 기다렸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어디가 불편한지부터 물었을 겁니다. 그 무렵에는 질문을 서두르지 않게 됐습니다. 사람들의 얼굴에 몸 상태 말고도 다른 걱정이 같이 묻어 있는 경우가 많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그 사람이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사무실을 찾은 사람을 볼 때도 한 가지 이유만 생각하지 않게 됐습니다.

운영하는 사람도 같은 생활 안에 있었습니다

방문이 줄어드는 것은 사무실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문을 열어두고 불을 켜놓아도 하루가 조용히 지나가는 날이 있었습니다. 사용하지 않은 의자를 다시 밀어 넣고, 정리할 것이 많지 않은데도 책상 주변을 한번 더 손보곤 했습니다.

고정비는 그대로 나갔습니다.

그렇다고 찾아오지 않는 사람들을 탓할 수도 없었습니다. 생활비가 먼저 필요한 사람에게는 무엇을 미룰지 결정하는 일이 현실이었습니다.

저 역시 사무실을 계속 지켜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찾아오는 사람들 역시 자기 자리에서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는 돈을 아껴야 했고, 누구는 약속을 줄여야 했습니다. 낯선 공간에 들어가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하던 때였습니다.

몸보다 생활의 순서가 먼저 바뀌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며 느낀 것은 사람들이 거창한 계획부터 바꾼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오늘 써야 할 돈과 나중으로 미룰 돈을 다시 나누었습니다. 꼭 해야 하는 일과 조금 더 참을 수 있는 일을 구분했습니다.

몸이 불편해도 먼저 참고 지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약속을 줄이고, 외출 횟수를 줄이고,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 들어가는 일을 미루기도 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가까이서 보면서 생활의 흐름이 달라지면 몸을 돌보는 방식도 함께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몸의 흐름은 갑자기 달라지지 않는다고 느꼈던 경험”에서 적었던 것처럼, 사람의 몸만 따로 떼어 보는 것이 점점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생활이 흔들리면 선택의 순서도 함께 바뀌었습니다.

불을 끄기 전 보이던 어두운 창들

늦은 시간 사무실 불을 끄기 전에 밖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예전에는 켜진 간판과 사람 움직임이 먼저 보였다면, 그 무렵에는 불이 꺼진 창이 더 많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조용한 거리를 보고 있으면 사무실에 오지 않은 사람들의 사정까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몸이 불편해도 참고 있는 사람, 돈을 아껴야 하는 사람, 괜히 밖에 나가지 않으려는 사람. 서로 만나지 않았을 뿐 각자의 자리에서 선택을 바꾸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사람들이 가장 먼저 바꾼 것은 거창한 삶의 방향이 아니라, 아주 평범한 하루의 순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무실 문을 닫고 마지막 불을 끄던 순간, 어두운 거리에는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생활의 무게가 조용히 남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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