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봉사 현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

멀리서 들리던 발소리와 응원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결승선을 통과한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오자 봉사하던 곳도 갑자기 바빠졌다. 그날 나는 달리는 사람이 아니라, 달리고 돌아온 사람들을 맞는 자리에 서 있었다.

결승선 가까이에서 본 얼굴들

마라톤을 시작한 뒤 5km부터 하프와 풀코스까지 직접 뛰어봤다. 장거리에도 도전했고, 대회에서 봉사할 기회도 생겼다. 직접 달릴 때는 앞에 남은 길과 내 호흡에 마음이 쏠렸다. 하지만 봉사하는 날에는 결승선을 향해 들어오는 사람들의 얼굴이 먼저 보였다.

멀리서 보면 모두 비슷하게 달려오는 듯했다. 가까이 오면 달랐다. 지친 기색이 얼굴에 드러났고, 걸음도 무거워 보였다. 웃으며 들어오는 사람도 있었지만, 힘이 다 빠진 듯 말없이 고개를 숙이는 사람도 있었다. 결승선을 넘으면 누구나 곧바로 환하게 웃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자리에서 본 모습은 그렇지만은 않았다.

오래 남은 한 사람의 모습

그중 한 참가자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이름도,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른다. 결승선을 지난 뒤 곧바로 움직이지 않고 잠시 몸을 추스르고 있었다. 정확히 어떤 말을 나눴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숨을 고르던 표정과 지친 몸짓은 아직도 떠오른다.

나는 가까이 가서 상태를 살피고 필요한 일을 거들었다. 특별한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 참가자도 수많은 완주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바쁜 와중에도 그 모습만은 눈에 오래 머물렀다. 기록을 세웠는지, 목표한 만큼 달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결승선까지 온 뒤 잠시 가만히 있던 모습이 보였다.

뛰던 자리와 지켜보던 자리

내가 대회에 참가했을 때는 내 몸 하나 챙기기도 바빴다. 얼마나 남았는지, 지금 속도로 끝까지 갈 수 있을지 생각하며 달렸다. 길가에서 물을 건네거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어도, 지나고 나면 그 얼굴을 떠올리기 어려웠다. 숨을 고르고 다리를 움직이는 데 온 신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봉사하는 자리에서는 시선이 달라졌다. 누군가 들어오면 얼굴을 보게 되고, 잠시 멈춰 서 있으면 다시 살피게 됐다. 같은 마라톤 대회였지만 직접 달릴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시간이 결승선 주변에 있었다. 한 사람의 달리기는 선을 넘는 순간 끝나도, 그 사람은 거기서 한동안 숨을 고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떠난 뒤의 결승선

행사가 끝나갈 무렵, 많던 사람들이 조금씩 빠져나갔다. 가까이 들리던 발소리와 응원 소리도 잦아들었다. 사용했던 물건을 정리하다가 나는 몇 번이나 결승선 쪽을 돌아봤다.

지금 그날을 떠올리면 기록판의 숫자는 생각나지 않는다. 힘겹게 들어와 잠시 숨을 고르던 사람, 그리고 사람들이 떠난 뒤 조금씩 조용해지던 결승선 주변이 먼저 떠오른다. 직접 뛰었을 때와는 다른 자리에서 본, 그날의 마라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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